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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행’과‘침묵’을 위해 짓다
- ‘2015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에 선정된 함안군 칠서면 ‘가르멜의 모후 수녀원’ -
김진규 기자 / kswr386@hanmail.net입력 : 2016년 01월 11일(월)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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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도민일보] 김진규 기자 =  함안군 칠서면에 위치한 ‘가르멜의 모후 수녀원(원장 김영희 수녀)’이 지난해 말, 대한건축사협회가 주관한 ‘2015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하고 이 겨울의 적막을 기도로 고요히 채우고 있다.

칠서면 계내리 1204번지에 위치한 이곳은 ‘스튜디오 이일공오 건축사사무소(대표 이한종)’의 작품으로 지하1층, 지상3층의 건물이다. 25명의 수녀들이 외부와의 접촉을 금한 채 수도생활을 하고 있는 봉쇄수도원으로 수녀들은 매일 묵상과 기도로 일생을 이곳에서 보내게 된다. 이런 점에서 ‘가르멜의 모후 수녀원’은 이들의 특별한 생활을 위한 ‘고행’과 ‘침묵’의 공간을 합리적·기능적으로 잘 담아낸 건축물이라 평해진다.

특히 수녀원 본동은 기도의 공간, 수도생활을 위한 생활공간, 제한적인 접견 공간 등 크게 세 개의 공간으로 구분돼 오직 수녀들의 기도를 위한 침묵의 공간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봉쇄수도원 특성상 접견공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간은 수녀들과 외부인이 엄격히 구분돼 있다.

서로 대화하지 못함은 물론, 가능한 서로 보이지 않게 시야가 차단돼 있으며, 봉쇄구역으로 통하는 모든 동선도 단절돼 있다.

이러한 엄격한 공간들을 구분 짓는 것은 건물 내 마당인 두 개의 중정이다. 주 출입구 쪽에 있는 작은 크기의 중정은 기도공간과 접견공간을 나누고, 이보다 조금 더 큰 중정은 봉쇄구역 내에서 다른 영역과 구별 지으며 수녀들의 침실인 수방과 식당 중심의 생활공간 속에서 수녀들만의 공간을 나눈다.

이처럼 외부와 엄격히 구분된 수녀원이지만 내부에서는 수녀들이 가능한 공간들에 자유로운 배회가 가능하도록 했다.

두개의 중정은 ‘ㅁ’자 형의 복도로 연결돼 혼자만의 묵상도 가능한 동선이다.

고행과 침묵의 공간에서도 수녀들이 조금이나마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복도와 중정의 4면은 각각 다른 분위기와 입면을 갖춰 복도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작은 재미를 준다.

생활공간인 본동 옆에는 농사를 위한 창고동이 마련돼 생선과 고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식량을 자급자족 가능케 한다.

창고동은 농사에 필요한 농기구를 보관하는 곳과 수확물을 보관·처리할 수 있도록 곡물창고, 저온 냉장고, 방앗간 등이 있어 먹고 남는 양은 이웃과 함께 나누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목공실, 자동차 수리고, 제빵 등을 할 수 있는 기능적 공간도 다양하다.

1972년 창립된 ‘가르멜의 모후 수녀원’은 5년 전, 건물의 노후로 물이 새는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

비닐로 천장 전체를 두르고, 수녀들이 비닐을 덮고 잠자리에 들어야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졌다.

이러한 사연이 알려지자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독일, 프랑스, 벨기에, 인도네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2만 여 명이 기도와 함께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후원인들의 이름은 건물 하부 한편에 마련된 표지석에 새겨져 수녀원을 더욱 따사롭게 한다.

그러나 지난 2013년 5월 시작된 새 수녀원 건립은 공사 4개월 만에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건설업체가 현장에서 물러났다.

이에 수녀들이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손수 자재를 나르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나간 결과, 이듬해 8월에 그 땀의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콘크리트 그대로의 거친 모습을 드러낸 복도의 천장과 벽면처럼 기도를 위해서라면 장식도 필요치 않다는 김영희 원장 수녀는 “잊지 못할 은인들의 기도와 후원으로 수녀원이 세워지고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많아졌지만, 변함없이 기도하고 침묵하며 늘 처음처럼 고행의 생활을 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수녀원이 받은 ‘한국건축문화대상’은 우리나라 건축문화 발전을 위해 국토교통부, 대한건축사협회, (주)서울경제신문 공동주최로 우수건축물을 발굴해 건축문화 창달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매년 시행되고 있다.
김진규 기자  kswr3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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